Life _ Message

결혼 2022. 4. 26. 16:31

  수술이 끝난 밤. 남편이 카톡으로 음성 메세지를 보내왔다. 이게 뭐야? 하니 갈갈이 갈라진 목소리로 들어봐. 하는데 듣지 않아도 내용을 알 것 같았다. 수술하고 나면 목소리를 잃을 수도 있대지. 내일이 수술인데 나는 옆에 없지. 다음 날 수술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걱정되고 떨렸을지. 그런 마음이 이 메세지에 있지 않을까. 듣고 절대 울지 말아야지. 큰마음을 먹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안녕, 당이야.

 

로 시작하는 메세지는 의외로 담담한 목소리였고, 나를 웃기려 고심해 골랐을 법한 멘트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한참(?) 잘 듣고 있는데 요즘 둘이 재밌게 보는 티비 프로그램 얘기에서 파일이 끊어졌다. 얘기를 하다 중간에 끊긴 정도가 아니라 완결된 문장으로 끊어져서

 

이게 뭐지? 어쩌라는거야.

 

물으니 남편이 당황해서. 아니 그게 대본을 따로 적어서 읽은게 아니라 생각나는대로 얘기하다보니 문장이 매끄럽지가 않다고. 변명아닌 변명을 하는데... 음? 내가 듣다가 파일을 끈건가. 내 말은 문장이 매끄럽지 않다는 뭐 그런게 아니고 그냥 내용이 아에 없는데? 수술 전날 굳이 녹음해서 내게 전달하려고 한 메세지가 'ㅇㅇ 프로그램 재밌다' 는 아닐 거 아냐. 혹시나 해서 다시 파일을 재생해보니 역시나 뒤에 내용이 더 있었다.

 

 

찡한 마음을 뒤로하고

아니 '티비프로 재밌다' 얘기할라고 녹음했어? 하며 또 두다다다.

내가 이맛에 남편이랑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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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_ Single

결혼 2022. 4. 26. 15:13

  남편의 갑상선 암 수술을 위해 한참 입원 수속을 밟고 있을 때였다. 뗄렐레. 남편 폰으로 전화가 왔다. 반장인지 통장인지 하는 아주머니였다. 인테리어 공사랑 대출이랑 뭐 이것저것 때문에 우리가 한달 빠르게 이사갈 집으로 전입신고를 했었는데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고 있질 않으니 실거주자가 맞는지 확인 전화가 온 것이다. 그냥 이렇게만 보면 짧은 통화에 아무 일이 없어야 맞는데, 우리가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사를 가다보니 지금 살고있는 집의 통장님과 이사를 가는 집의 통장님이 같았고. 그러다보니 남편은 구구절절 자기소개아닌 자기소개를 하게 되었다.

 

"저 지금 ○○○동에 ○○층 사는 총각인데요, 이번에 △△△동 △△층으로 이사가게 되어서요" 하고.

 

오호? 총각이라구? 나랑 결혼한지 4년이나 됐는데 본인을 총각이라고 소개했단 말이지? 총가악? 하면서 서슬퍼런 도끼눈을 하고 옆구리를 막 찔러대고 있으니 남편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치이. 너도 뭔가 잘못된걸 안 게지.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통장 아주머니의 흥미로운 목소리에서 사랑과전쟁 4편 남짓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총각? 당이는 어쩌고?"

 

그렇다. 아주머니는 내 이름과 우리 결혼 사실도 알고있었다. 그래. 그런 사람을 상대로 초옹각 행세를 했단 말이지? 통화가 끝나고 아주 잡아먹을듯이 쏘아대자 남편은 아니 총각이라는 게 그런 뜻이 아니고 하면서 정말이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해명을 했다. 아니 일반적으로 그렇게 말하잖아. 하는데

 

 

흐응? 그으래? 난 그건 잘 모르겠구.

너가 밖에서 총각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는건 잘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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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_ Heart

결혼 2021. 7. 8. 20:01

  벌써 반년이 흐른 일이니, 자세한 사정은 쓰지 않을게.

  사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이 중요한 거니까.

 

  내가 남편 때문에 뭐 하고싶은 거 있는데 못하면 싫지. 나도 그래. 나는 남편이 괜찮았으면 좋겠어. 적금을 깨서 살더라도. 남편이 쉬고 내가 다시 돈을 벌게 되더라도. 나는 당신이 행복하면 좋겠어. 정말 진심으로. 내 마음이 와닿으면 좋겠다. 당신이 너무 화나고 지쳐서 다 그만두고 싶을 때 내가 당신의 비빌 언덕이면 좋겠다.

 

  지금 너무 슬프고 앞이 깜깜해서 내 말이 안 들려도 좋아. 나는 계속 똑같은 마음으로 여기 있을게. 당신이 너무너무 힘들어서 다 놓고싶을 때. 다 놓고 이리 오라고 백번이고 천번이고 말해줄게. 나는 당신 마음이 괜찮은 게 제일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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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_ Jealousy

결혼 2021. 7. 8. 19:45

  새해를 맞아(?) 초등학생때부터 쓰던 이메일 계정으로 가입했던 카페를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었는데 누가봐도 아련미 터지는 00년대 감성 까페에서 남편의 질투력이 폭발했다. 딱 보니 저 카페지기랑 친한 것 같은데! 보아하니 카페지기 갬성이 자기도 아는 그때 그 갬성인데! 급기야는 목소리까지 급 경계모드로 돌아가서는 "이 카페 뭐야..?" "이사람 누구야...?" 하는데!!

 

  카페지기는 우리 외삼촌이었을 뿐이고. 후후후후후후후후. 걸렸다 요놈. 이제와서 안 삐진척 해도 늦었어!

  인누와 요요 질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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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_ Cat

결혼 2021. 7. 8. 19:28

  남편의 뽀뽀를 열에 아홉번은 피하고, 퇴근하면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남편에게 매번 면박을 주면서도 남편이 주식공부에 열중하고 있거나 게임에 집중하고 있을때면 괜히 뽀뽀해달라 안아달라 쓰담해달라 칭얼거린다. 아무튼 간에 나 말고 다른거에 집중하는 꼴을 못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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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_ Adventure

결혼 2021. 7. 8. 19:25

 

  어제 저녁부터 우울하던 기분이 오늘은 하루종일 갔다. 날씨탓도 어느정도 있겠지. 몸을 좀 움직이면 낫겠지. 근데 움직이기가 싫으네. 우울해 .우울해. 그렇게 하루를 보내던 차에 남편이 약을 안 들고 회사에 갔단 걸 알게되었고 가볍게 던진 "가져다 줄까" 얘기에 얼씨구나 하고 어서오라는 남편.

 

  덕분에 결혼하고 처음으로 집에서 차로 한시간 거리의 남편 회사로 모험을 떠났다. 날씨 때문에 우산 챙기랴 겉옷 챙기랴 하면서 막상 갖다주기로 한 약을 안 챙기질 않나. 약 챙기러 돌아간 사이 간발의 차로 남편 회사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를 놓쳐 45분을 기다려야되질 않나. 그거 기다리기 싫어서 환승으로 쪼개 가려다가 애먼 버스를 타 전혀 다른 동네로 가게 되어 부랴부랴 내리질 않나. 그야말로 진짜 대환장의 모험이었다. 그 난리부르스를 다 피우고 제일 마지막에 탄 버스가 결국 아까 45분 기다려서 탔으면 됐을 그 직행버스였다는게 제일 환장 포인트. 아무튼 그래서 대략 2시간 가까이 걸려 남편 회사에 도착했다.

 

  원래는 진짜 쿨한 도시의 와이프가 되어 "자, 여기 약. 나는 간다." 하고 약만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계획이었는데 대환장의 모험쇼를 찍느라 너무 지쳐버렸고. 남편은 그냥 드립으로 "어서와~"했던 걸 내가 진짜 회사까지 와버리니 얼떨떨+반갑+안쓰럽의 콜라보로 어쩔줄 몰라했다. 그래서 원래 11시 퇴근 예정인 걸 땡겨 나와 함께 6시에 퇴근하여 내가 좋아하는 닭갈비를 함께 먹으러 갔다는 엔딩.

 

  하루종일 우울했던 기분도, 연이은 삽질로 바닥을 친 컨디션도 날보며 얼떨떨해하는 남편 표정 하나에 거짓말처럼 나아지던 게 나 정말 이사람 좋아하는구나 싶더라. 결국 답은 사랑이구나. 사랑 받고 사랑 주고 바보같이 웃어버리는 그거 하나면 웬만한 건 다 어떻게든 되는구나 싶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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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_ Title

결혼 2021. 7. 8. 18:53

너무 다른 우리를 설명하는 나의 언어들

 

1. 항상 두박자 빠르게, 그러나 막상 기회가 오면 망설이는 나와

   항상 한박자 느리게, 하지만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 남편

 

2. 현실을 꿈처럼 만드는 나와

   꿈을 현실로 만드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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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_ Voice

결혼 2021. 7. 8. 18:48

  연애시절, 실내 놀이공간에 갔던 적이 있다. 어둡고 시끄러워 옆에서 말을 걸어도 잘 안 들릴 정도였는데 그때 내가 계단에서 넘어질 뻔 해서 남편이 순간적으로 아주 크게 내 이름을 불렀었다. 항상 조근조근 다정하게 말하던 남편이라 순그렇게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순수히 정말 그 목소리 크기에 압도당했달까. 밖으로 나와서도 한참동안 심장이 쿵쾅댈만큼 너무 놀라서 괜히 투닥투닥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고 핀잔을 줬는데 그 후로 남편은 어떤 다급한 일에도 좀처럼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 어쩌다 자기도 모르게 너무 놀라서 "악" 하고 큰소리를 낼 때면 바로 "아이참! 남편노무 목소리가 너무 컸다 그치?!" 하면서 바로 원래의 톤으로 돌아가는데 귀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이게 남편 무릎을 얌 먹었다가 "악!" 하고 지른 소리에 쓴 타래라고 하면 당신은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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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_ Strength

결혼 2021. 7. 8. 18:26

  남편이랑 사는 매일매일이 행복하지만 요 며칠간은 정말 특별히 더 좋았다. 별다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남편이 하는 말마다 빵빵 터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재밌기도, 평범한 행복이란게 이런거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적어보는 우리 남편의 좋은 점 몇가지. 

 

1. 내가 흘린 말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무언갈 보거나, 어디를 가거나 하면서 곧잘 이거 보고싶다, 저거 하고싶다, 그거 먹고싶다 등의 말을 곧잘 내밷고는 잊어버리는데 남편은 그걸 모두 기억했다가 오며 가며 기회가 될 때마다 챙겨준다. "전에 자기가 먹고 싶다는 거 먹으러갈까?" "그 영화 개봉했는데 보러갈까?" 

 

2. 지적 당하면 바로 시정한다.

  사람이라면 응당 알면서도 안 고쳐지는 행동이라는 게 있는 법인데 그게 무엇이든, 내가 이렇게 하지 말아달라 부탁하면 그 다음부터 그 어떤 조정기간이나 유예기간 없이 바로 행동이 수정되어있다. 신기하게도.

 

3. 좋은 건 무조건 나부터.

  엄청난 콜라 덕후이면서도 본인이 마시고싶어 딴 콜라도 무조건 나 한입 먼저 준다. 이게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나는 못하는 것 중에 하나. 좋은거, 예쁜거, 맛있는거 다 나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자기 물 마실때면 꼭 나부터 한모금 주는것도 정말 좋다.

 

4. 어디가면 선물이라고 꼭 가져온다.

  대단한 거 아니고 그냥 식당에서 나오는 후식 사탕같은 거라도 퇴근할 때까지 갖고 있다고 집에 들고와선 꼭 손에 쥐어준다. 출장 갈때면 그 지역에 괜찮은 먹거리를 들고오기도 하고. 그게 뭐든, 어딜가든 하루종일 내 생각했단 것 같아서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5. 벌레 잡기에 진심이다.

  해충 익충 종류를 막론하고 진저리를 치는 내게있어 각종 벌레잡이에 진심인 남편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내가 먼저 지쳐서 포기하더라도 끝의 끝까지 책임지는 당신. 당신이 있어서 매일이 쾌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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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_ 1412

결혼 2021. 6. 2. 17:28

  남편은 질투심이 많은 편이다. 직접적으로 말을 한다거나 질색하는 건 아니지만 과거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나올라 치면 특유의 묘한 기류가 생기는 것이... 아무튼간에 보면 딱 티가 나는데! 요즘은 다르다.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하나? 이전같았음 충분히 불편하고 꽁기했을 것 같은 해프닝에 깔깔거리며 웃고 오히려 나를 놀려대는 것이 아주 그냥 여유가 좔좔. 그때 알았다. 지금이구나. 당신, 지금 내 사랑으로 충만하구나.  

 

아직도 그 진심으로 재밌어 죽겠단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

이제 내 마음을 좀 알겠어? 나는 이세상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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