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ling Stamp - with. 소다스탬프

후기 2019. 3. 26. 18:52


  나는 웬만하면 후기 글을 남기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태어나 후기를 성심성의껏 써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뭐,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역시 다른 모든 사람들과 같은 이유겠지? 귀찮아서. 그렇게 할 정도로 특별히 좋은 걸 느끼지 못하겠어서. 애초에 공짜도 아니고. 내가 내 돈을 지불해서 받은 서비스(또는 재화)에 극도로 만족해가지고 추가적인 시간과 정성을 들여 리뷰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라는게 그렇게 흔한 건 아니니까. 하하. 그런 내가 올해 실링 스탬프를 하나 만들고 나서 어찌나 감동을 했는지 블로그에 '후기' 카테고리까지 새로 개설해가며 후기를 쓰고있다.



  왜냐고?

  이건 진짜 레알이니까.



  19년 올해의 내 생일선물로는 실링 스탬프를 받고싶었다. 다른 어떤 기성품이 아닌 온전히 '나만의 것' 으로. 그리하여 내 생일 선물에 고생이란 고생은 내가 다 하고 돈만 남편이 대는 이상한 구조가 만들어졌지만- 뭐 어때. 내가 좋다는데. 생일을 10여일 앞두고서 부랴부랴 디자인을 마쳤다. 평생 쓸거라고 생각하고 취향이란 취향은 다 갈아넣었는데 다 완성하고 보니 문양이 처음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이게 과연 제작이 가능할까. 슬슬 걱정이 됐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국내업체보다도 요즘은 해외직구를 많이 하는 것 같았고 블로그같은 것도 그 쪽으로 많은 소개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왠지 끌리지 않았다. 기성품을 사는 것도 아닌데 시차/언어도 다른 외국인과 커뮤니케이션이 되면 얼마나 잘 될까 의구심이 들었고 난 결국 국내 업체로 눈을 돌렸다. 


  치열한 검색 끝에 실링 스탬프 제작으로 유명한 국내 업체 3군데에 메일을 보냈다. 업체명을 제외한 메일 내의 모든 멘트와 첨부파일까지 똑같이 해서. 되도록이면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피드백은 세 업체가 다 빨랐지만 대답은 마치 짠 것처럼 '이대로는 제작이 힘들다, 디자인을 수정해야 한다' 였는데 그 중에 딱 하나. 소다스탬프만이 '어렵지만 한번 해보겠다' 라는 응답을 보내왔다. 오! 사실 나도 회사에서 일을 새로이 시작할 때 잘 할 수 있는 부분 보다는 혹시라도 잘 안 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설명하고 그 부분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지라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다른 업체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막상 내가 클라이언트의 입장이 되니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힘들고~' 하는 것 보다 '해보겠다'는 말이 훨씬 신임이 가더라. 그래서 최종적으로 소다스탬프에 내 실링스탬프를 맡기게 되었다.


  제작이 이루어지는 한달 보름 동안 소다스탬프와 총 15통이 넘는 메일을 주고 받았다. 시안, 프리뷰, 제작. 다시 시안, 프리뷰, 또 다시 시안, 프리뷰. 이렇게 쓰고보니 내가 진짜 무슨 천하에 둘도 없는 진상같은데 이미 한번 제작까지 갔던 걸 다시 시안단계로 돌리자는 말을 꺼낸 건 소다스탬프였다. '한 번 만들면 오래 쓰실텐데 마음에 쏙 들게 만들어 드리고 싶다' 면서. 나는 사실 실링 스탬프 제작이 처음이라 '그림이 디테일하면 원래 이렇게 뭉개지거든요~' 같은 말을 했었어도 '아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네' 하고 포기했을텐데 이 업체는 정말 포기를 몰랐다. 본인들 작업이 힘든 것 보다 내 만족이 우선이었고 디자인의 구현-그러니까 스탬프의 완성도에 높은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도안에 제작을 맞추는것보다 제작에 도안을 맞추는게 훨씬 더 쉬운 일일텐데도 끝까지 디자인 변경은 최소화하면서 어떻게든 원본 그대로 살려주시려는 모습에 정말 감동했다.


  마지막에는 이제 정말로 만족스러워서 '이제 제작단계로 넘기자' 말씀 드린 건데도 혹시 계속 수정을 해도 본인들의 실력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내가 그냥 포기해버리는 건 아닌지, 아니면 계속되는 수정이 미안해서 넘어가자고 얘기하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여쭤보셨다. 전자라면 본인들 실력이 부족한거니 죄송한 마음 뿐이지만 후자라면 절대 그런 생각 하실 필요 없다면서 끝까지 내 의사와 마음을 살피시는데 으아. 정말 대단하다 싶더라. 내가 열 개 백 개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딱 하나 만드는 건데. 아니라고. 진짜 그런거 아니라고. 완전 마음에 들어서 제작하자고 하는거라고. 정말 감사하다고 단호하게 말씀드리고 나서야 제작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하여 완성된 스탬프가 이글 맨 위에 첨부한 사진이다. 첫번째 제작 단계에서 보였던 뭉개짐도 하나도 없고, 높이를 달리했던 두개의 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그림 전체가 돋보인다. 택배로 받아보자마자 너무 예뻐서 만세하고 춤추고 진짜 난리도 아니었는데 사진이 실물을 다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정말 사진보다 실물이 백배, 천배, 만배는 더 예쁨. 다음번에도 실링 스탬프를 만든다면, 누군가 실링 스탬프를 만들고자 업체를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소다스탬프로 보낼 것이다.



  소다스탬프님

  

  짧은 시간, 정말 큰 삶의 자세를 배워갑니다.

  앞으로 삶에 돈길, 꽃길, 건강길만 가득하소서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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