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_ Hiccup

결혼 2021. 2. 22. 19:08

  남편은 당황했을 때 정말 만화주인공처럼 "딸꾹" 하고 딸꾹질을 한다. 나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고 결혼 4년차에 접어드는 지금도 여전하다.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의도하지 않은 일로 내가 토라져있거나, 본인이 똑바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을 내가 추궁하거나, 어딘가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을정도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생각되면 딸꾹질을 시작하는 듯 하다. 정말, 진심으로 귀여운데 솔직히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아니 사람이 나이 30도 넘게 먹도록 저렇게 속이 빤히 보이면 어쩌나. 대체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나.

 

  근데 오늘 진실을 알게 됐다. 내 앞에서만 그런 거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본가 식구들이나, 남편 회사모임, 남편네 식구들, 내 친구들 앞에서는 아무리 당황해도 딸꾹질을 하지 않고있었다. 아니 근데 왜 내 앞에서는 조절이 안돼? 본인도 너무 창피해서 빨리 멈추려고 애를 쓰는게 눈에 보이는데 왜 멈추질 못하지. 본인 말로는 자기도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날 너무 좋아해서 그러는 게 아니냐는데. 정말 세상 어딘가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딸꾹질을 한다(또는 멈추지 못한다)는 논문같은게 있으려나.

 

  그래도 언젠가, 세월이 아주 많이 흘러서 내 앞에서 딸꾹질을 가리는 순간이 오면 그건 좀 섭섭할 것 같아. 그러니 앞으로도 영원히 내 앞에서는 딸꾹질을 참지 못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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