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y _ chapter 3. list of the date

결혼 2017. 6. 14. 00:31

  꼬불길 끝 작은 절에서 만난 스님은 화통했다. 슥슥 움직이는 손을 따라 떨어지는 숫자들을 보고 있으니 그간 차분히 걸어온 걸음에 도장을 찍는 것 같기도, 흐릿하게 보이던 앞날이 손에 잡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루종일 간지러운 기분에 이리뒹굴 저리뒹굴. 내장기관조차 이 유래없는 행사에 하루종일 보글댔다. 꽃같은 오뉴월 중 나흘. 어느 날에 우린 함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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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y _ chapter 2. home ground

결혼 2016. 9. 19. 12:07

  날 더운 여름. 햇빛이 아주 강하지는 않을 시간. 우리 엄마 아빠를 만났다. 아빠와는 벌써 세번째 만남인데 만날 때마다 내 옆자리의 공기가 경직되는 것이 느껴져 귀여웠다. 공기는 경직되고 톤은 올라간다. 나도 그랬었나. 나름 부모님 취향의- 어색하지 않을 식당으로 고르고 고른 곳인데도 뭔가 예상과는 달라서 당황했다.

 

  이쪽 저쪽 다 내겐 너무 소중한 사람인데 일방적으로 너무나 약자인 내사람이 혹 다치지 않을까. 홀로 걱정하여 너스레도 떨고, 농도 걸고. 헛짓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세사람 다 여러모로 나보다 어른이라 가만히 있어도 어련히 알아서 할 것을. 허허. 나도 참.

 

 

   좋은 것도, 싫은 것도 묻지 않으면 좀처럼 말 않는 당신이라

   마음이 많이 쓰인답니다.

 

   괜찮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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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y _ chapter 1. first meal

결혼 2016. 7. 17. 01:02

  포크가 네개. 칼 세개. 스푼 하나. 그러고 이따 나오는 스푼이 또 하나. 초등학교 고학년 가정시간이랑 중학교 영어시간에 교과서에나 봤었던 테이블을 처음 마주했다. 바깥부터 써야한다는 건 기억하고 있었는데 음식이 나오자마자 손은 '익숙한 거 아무거나' 를 집더라. 하하. 위아래로 늘어진 포크를 보면서 파도같다. 차례로 나오는 접시를 만지며 어 따뜻하다. 이건 차갑네. 신기하다. 그렇게 딴 생각도 조금.

 

  그냥 자연스럽게 끼어들어서 내 얘기를 하면 되는건가. 선물은 언제 드리지. 이거 먹다가 입에 다 뭍히면 어쩌지. 으앗,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어서 방심했어. 등등. 숱한 멘붕이 있었지만 다 괜찮았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미소와 똑같은 표정으로 앞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이끌어주시던 분 덕택이었다. 대접하고자 마련한 자리에서 대접받고 돌아온 기분. 선물의 포장지까지 세심하게 챙기시던 모습은 아마 평생 못 잊겠지.

 

  히히, 나는 복받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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