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2

일기 2016. 9. 19. 11:27

  천둥이 발 바로 밑에서 치고있는 기분. 이것이 지진에 대한 내 첫 감상이었다. 어려서부터 지진이란 건 막연히 땅이 흔들리고 책상 위 물건이 떨어지는 것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역시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겪는 건 천지차이인 모양이다. 지진 당시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입은 이거 뭐야. 이거 뭐야. 하는데 발은 한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 지진 후에는 뭐라도 할 수 있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게 그때는 통신이 두절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방금 내가 느낀 것이 지진이 맞는지 확인하고싶어 접속한 인터넷은 '네트워크가 손실되었다'는 알림창만 연신 띄워댔고 차선으로 선택한 전화는 연결이 아에 안 됐다. 문자는 간헐적으로 주고 받을 수 있었지만 보내고 받는 텀이 잔뜩 꼬여 대화가 힘들었다. 이대로 건물이 무너지거나 해서 갇히면 나는 나의 생존을 어떻게 밖으로 알릴 수 있을까. 말로만 듣던 재난상황의 통신 두절이 눈앞에 있었다. 천재지변 앞에 인간은 이렇게 무력하구나.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두 건의 강력한 지진 중 재난 문자는 단 한 건 왔으며 그것도 지진시 행동 강령 설명이 아닌 '방금 느낀 게 지진이다' 수준의 알림이었다. 티비에서는 헤드라인 한 줄만 낼 뿐 JTBC를 제외한 어느 방송국도 특보, 속보체제로 전환하지 않더라.  심지어 JTBC에서도 지진 시 행동강령을 알리기보다는 전화가 연결되는 지역 (주로 전북, 충남 등 진원지와 먼 곳)과 연결하여 지진이 어느 정도 느껴졌는지 파악하는데 그쳐 아쉬웠다. 동네가 떠나가라 개들이 짖어대고 주민들은 전부 길가로 나와 불안해하는 가운데 언론은, 담당부처는 무얼 하고 있었나. 할 말이 정말 많은데 요즘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지친다. 이게 국가가 바라는 궁극적 국민의 상태인걸까? 여여튼. 확실한 것은 

 

  나는 오늘도 우연히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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