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9

일기 2015. 10. 19. 20:37

  에세이가 아닌, 시가 아닌, 단편이 아닌 글을 읽은지도 참 오랜만이다. 오늘은 정말 시간 아깝다는 생각 없이 오로지 책에만 푹 젖어 있을 수 있었다. 하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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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3

일기 2015. 10. 4. 14:52

  1. 아까 퇴근하는데 문득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입에서 "그럼, 엄마 아빠가 울겠지"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내 죽음에 다른 사람의 슬픔을 얹은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지금 삶이 살만하단 증거겠지. 너무 힘들 땐 남 생각 같은 건 나지 않는 법이니까

 

  2. 예정된 여행기간이 다가올 수록 어딘지 회의감이 든다. 아마 이번의 일본행이 내가 지금껏 다닌 여행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에 논산으로 갔을 때가 기억난다. 내일로 중이었는데 마냥 이름이 끌린다는 이유로 기차에서 내려 무얼 했다고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그저 거리를 돌아다녔다. 신호등도 없던 왕복 사차선 십자로의 횡단보도와 아스팔트로 깔끔히 정리된 갈랫길 한 가운데 홀로 흙바닥을 간직한 옛 방앗간, 문패에 붙어있던 충청도 사투리가 기억난다. 여행이라는 건 그 형태만큼 목적도 다양하겠지만, 결국 마음 속에 남는 건 예정대로 착착 진행된 스케쥴 따위가 아니라 불시의 상황이라 믿기에 아직 출발도 전인 여행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응? 그럼 이제라도 스케쥴을 변경하면 될 거 아니냐구? 허허. 사람 욕심이 그렇게 칼같이 잘라지면 왜 욕심이겠나. 힘들게 들인 시간을 핑계로 뭐든 채우고 남기려는 불쌍한 직장인도 이해 못해주다니... 매정한 사람... 아니지 아니지. 욕심많은 나를 탓해야지... 하... 나란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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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5

일기 2015. 9. 26. 01:24

  퇴근 후 여섯시간동안 들은 칭찬이 얼추 일년치는 되는 것 같다. 하하. 이걸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하지. 지금도 뭐라 말이 잘 안나오는데 꼭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을만큼 신나니까 그냥 의식의 흐름을 따라 한번 써봐야겠다. 

 

  어디서부터 얘길 해야하지. 음... 시작은 대략 이러하다. 사실, 나는 며칠 전부터 이 구역 설레발 여왕답게 오늘 퇴근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런 연휴 날마다 어김없이 이어지는 대륙횡단급 퇴근 시간이 미치도록 싫었기 때문이다. 걱정을 한다고 퇴근 시간이 줄어드는 건 아니었지만 최악의 최악까지 생각해놓으면 실제로 그 일이 벌어졌을 땐 의외로 마음이 편하니깐. 버스 안에서 배고플까봐 에너지바도 하나 준비하고 혹시 잠이 안 올 때를 대비해 휴대폰 배터리도 만땅으로 쟁여놓고 '오늘 퇴근은 아홉시다. 아홉시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세뇌시켜놨는데 갑자기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기사님이 차를 태워주시기로 하신 것! 하하. 퇴근 10분 전까지도 포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원님들이랑 부장님이 으쌰으쌰해서 날 기사님께로 떠넘기는 바람에 차를 얻어타게 되었다?! 기사님은 못 이기는 척 받아주셨고?! 덕분에 실시간 교통정보 켜고 밀리는 구간은 다 피해서 집까지 40분 만에 도착했다. 이 때도 너무 웃겼던 게, 원래는 기사님 가는 길에 나를 떨궈주는(?) 거였는데 사시사철 길치모드인 내가 영 못미더우셨는지, 막판에 잘 가던 차를 돌려 우리집 앞까지 내려다주시고 가셨다. 하하. 덕분에 해가 중천인데 집에 도착하는 호사를 누린 나는!! 무한 조증이 발현되어!!!! 방금까지 주변 어른들 사랑을 독차지 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우리집 비공식 막내, 철없는 소리 전문, 디폴트로 나사빠진 값을 유지하는 내가!!! 고놈의 회사 다니느라고 본성을 잊고!!! 너무 차분하게 살았네!!!  너무 가라앉아있었어!!!!!

 

  하하. 농담이고, 물론, 모든 모습이 나다. 냉정한 것도, 똑 부러지는 것도, 예민한 것도, 잘 웃는 것도, 설레발 잘 치는 것도, 걱정이 많은 것도, 잘 우는 것도, 짜증 잘 내는 것도, 엄살이 심한 것도, 되로 주면 말로 갚는 것도, 뭐든 귀찮아하는 것도, 뭐든 신기해하는 것도, 욕심 없는 것도, 강박이 있는 것도 모두모두 다 나인데!!! 오늘 갑자기 조증이 오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사회적 자아에서 벗어나 내멋대로 자아 상태로 사람들을 만났단 말이지. 하하. 한껏 빙구 같았는데 이쁨받았다.....(뿌듯)

 

  오늘 일기 끝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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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3

일기 2015. 9. 23. 20:43

  1. 벌써 월말이다. 일기를 쓴다 쓴다 하면서 계속 못 쓰고 있다. 아! 못 쓰는 게 아니라 안 쓰는 건가. 퇴근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었는데 무언가 진득하니 하나의 생각을, 정확히는 나의 생각을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무언가 끊임없이 작업하고, 떠들고, 보고 그러고 있다. 그게 싫단 건 아니고, 이렇게 시간을 공(空)으로 날려보내는 건 정말이지 오랜만이라- 마냥 반갑고 좋다. 하아. 그리웠어. 이런 쓰잘데기 없는 순간들.

 

  2. 요즘은 잠도 잘 잔다. 슬슬 겨울잠 준비를 시작해서 그런걸까? 새벽에 잠깐씩 깨긴 하지만 다행히 기분이 상할 정도까진 아닌 듯. 잠깐 시간을 확인하고, 머뭇거리다보면 다시 자고있다. 오늘 밤은 깨면 염소를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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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2

일기 2015. 9. 12. 01:14

  오랜 시간, 조니워커 블루에서 전주로 이어지는 그 많던 순간들 중 클라이막스라 불러도 좋을만한 일이 생겼다. 자그마치 16년. 바람보다는 묻음, 잊음이 더 가까운 그 시간에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이다. 지금도 사실 행복함 보다는 얼떨떨함에 가까운 심정이다. 이렇게 다시 한번 놓치게 된다 해도, 이게 꿈이었다 해도 '그럴 수 있지' 납득할 만큼. 앗, 그래도 인사는 제대로 해야지.

 

  고마워. 정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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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30

일기 2015. 8. 30. 21:29

  8월은 금방이었다. 정신 차리고 나니 그냥 한 달이 통채로 날아갔달까? 앞으로 예정된 건 9월, 10월, 11월의 여행. 9월은 전주행이 임시로 정해져있었는데, 막상 버스 시간을 보니 도저히 엄두가 안 나 기각했다. 아니 무슨 서울 가는 거 보다 오래걸려. 그럴바에야 차라리 서울을 가고말지. 적어도 서울은 잘데라도 있잖아?! 아효, 이래서야 언제 전주서 한복을 입고 놀겠냐며. 긴긴 여름휴가 때 방콕만 할 게 아니고 전주를 갔어야했나. 아니지. 그때 갔으면 분명 사람+더위에 치여 죽었겠지. 하하. 괜찮아. 다음에 가자.

 

  그나저나 12월은 어딜 간다지. 제주도?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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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9

일기 2015. 8. 9. 22:02

  1. 요즘 통 일기를 안 쓰게 된다. 처음에는 트위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 간 74개 정도의 트윗밖에 안한 걸 보면 딱히 트위터 때문도 아닌 듯. 그냥 게을러졌나보다.

 

  2. 이번 휴가는 정말 잘 흘려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여행도 한방 다녀오고, 친구도 만났고, 영화도 몇 편 씩이나 보고, 새벽 늦게까지 컴퓨터하기도, 오후 늦게까지 낮잠자기도 하고있으니 이것보다 완벽한 휴가가 있을까. 하하. 화룡점정은 그러고도 아직 휴가가 반이나 남아다는 데 있지롱. 아아, 여행가고싶다!!!!! 근데 돈이 없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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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5

일기 2015. 7. 26. 01:56

  드디어 숙소를 예약했다! 예약 완료 시점은 00:43분. 밤 11시 반쯤 우연히 발견한 유키네 집이 우리 숙소가 되었다. 하하. 호텔이며, 료칸, 게스트 하우스, 캡슐 등 안 알아본 데가 없었는데 고려대상조차 아니었던 하우스 렌탈로 확약하게 되다니. 역시 인생이란. 아직 가려면 한참 멀었지만 우리가 기존에 리스트 업 해 둔 그 어떤 곳보다도 산뜻하고 발랄하고 아쉬울거라 감히 기대해본다. 신새벽에 보낸 메세지에도 꼬박꼬박 답장해주고, 시스템까지 수정해서 받아준 유키. 아아. 고마워라. 지금 기분으로는 나중에 집 찾아갈 때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준비해가고싶은데... 하아. 캘리라도 써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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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7

일기 2015. 6. 28. 00:42

  표를 끊었다. 표를 끊는다는 건 대체 뭘까. 생각으로만 머무르던 여행을 행동으로 옮기는 시발점 정도 되는걸까. 굉장히 얼떨떨하면서도 본격적인 느낌이다. 

 

  아무튼 이번 여행도 여태 그랬던 것처럼 지도와 수첩으로 할 계획이다. 내가 아무리 세세히 준비해도 분명히 틀어지겠지. 나는 또 길바닥에서 멘붕을 할테고. 그래도 역시 '스마트' 하게는 못 하겠다. 일단 내가 그렇게 스마트한 인간이 아니기도 하고, 손바닥만한 화면에 몰두하느라 놓쳐버릴 사람, 풍광이 내내 아쉬울 것 같아서. 하하. 이렇게 쓰고보니 뭐 일주일 후면 당장 떠날 것 같은데 아님. 한~참 남았지롱. 자자. 남은 기간동안 실컷 설레하고 실컷 고민해야지. 여행은 준비하는 시점부터 여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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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1

일기 2015. 6. 21. 20:11

  사람이 없다. 정확히는 취향을 나눌 사람이 없다. 요즘 좋아하는 작가는 누군지, 즐겨 듣는 노래는 뭐고, 그 영화는 왜 싫어하는지. 내가 주로 사용하는 형식이나 구도의 문제점은 무언지. '님 대단하시네요' 말고 '그쵸그쵸', '난 그건 별로던데 차라리 이건요?' , '아 그러네!' 와 같은 말을 주고받을 사람이. 없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찾는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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