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취향 2018. 5. 28. 21:22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장석남


저 새로 난 꽃과 잎들 사이

그것들과 나 사이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무슨 길을 걸어서

새파란

새파란

새파란 미소는,

어디만큼 가시려는가

나는 따라갈 수 없는가

새벽 다섯시의 감포 바다

열 시의 등꽃 그늘

정오의 우물

두 세시의 소나기

미소는, 무덤가도 지나서 저

나와 나 사이

미소는,

저토록 새파란 수레 위를 앉아서


나와 그녀 사이 또는

나와 나사이

미소는, 돌을 만나면 돌에 스며서

과꽃을 만나면 과꽃의 일과로

계절을 만나면 계절을 쪼개서

어디로 가시려는가

미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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