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2021. 2. 22. 18:33

  꿈에 네가 나왔어. 우리가 헤어지고 얼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잠깐 떠올려봐. 이제 한 손으로도 다 못 꼽을 정도의 세월이구나. 벌써 그렇게 됐네. 그 긴 세월동안 너는 작가가 되어있었어. 몇 권인가 책을 냈고 유명하진 않아도 제법 글로 먹고사는 사람 티가 나더라. 아주 오랜만에 만난 내게 너는 아주 작은 책을 줬어. 그 책엔 네가 썼던 몇개의 꼭지글이 있었고 그 글의 모델이 나라는 건 세상에 너와 나밖에 모를 일이었지. 네가 보던 나와, 나를 보던 너의 마음이 그 꼭지글들에 그대로 들어있더라. 얼굴이 조금 빨개졌을까. 심장이 콩닥콩닥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어. 그때 네가 반지를 끼워주면서 내게 청혼하더라. 너는 내게 "결국, 우리는 이렇게 될 거라고 난 알고 있었어" 라고 굉장히 결연하고 담담하게 얘기했어. 그 목소리를 듣고나니까 아주 오래 전의 내 마음과 내가 좋아하던 네가 마구 섞여서 떠오르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 정말 영겁과도 같은 1분이었어. 그리고 딱 1분 뒤, 나는 숨을 고르고 너에게 얘기했어. 나는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다고. 아직 그 사람과 결혼을 약속하지도 않았지만, 그 사람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그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너를 좋아했던 마음이 저기 어딘가엔 아직 살아 숨쉬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찾고싶지 않다고. 내가 지금 좋아하는 건 다른사람이라고. 그렇게 말했어. 그 때 너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아마 중요하지 않아서겠지.

 

그 정도의 사람이 되었나봐 내게.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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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츠로이드] 트램

인형 2021. 2. 22. 18:01

 

또 여행가고싶다. 햇살 좋은날 트램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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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츠로이드]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디즈니랜드!

인형 2021. 2. 22. 17:59

넷째날, 우리는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디즈니랜드에 갔다. 개장도 전에 첫차를 타고 도착한것임에도 불구하고 입장까지 끝없는 사람의 쓰나미를 겪어야 했어서 진짜 디즈니는 클래스가 넘사벽이구나 입구부터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라따뚜이! 파리 디즈니랜드인 만큼 그나라가 배경인 라따뚜이만큼은 꼭 타고싶었고 나는 모두를 제대로 즐기게 하기 위해서 한국에 있을 때 부모님과 남편에게 라따뚜이를 정주행시켰었다. (ㅋㅋㅋㅋ) 입장 땡 하자마자 라따뚜이로 달려갔는데도 정말 사람이 많았다.

 

한시간 좀 넘게 기다렸을까, 드디어 라따뚜이를 탔는데 집으로 돌아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는지 상상이 안될 정도로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줄은 한번에 스무명 가까이씩 없어지는데 막상 출발하면 같은 쥐를 탄 우리 가족밖에 안 보이고 안에 구성도 정말 한마리 쥐가 된 것처럼 몰입감이 엄청나서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 부모님도 왜 사람들이 디즈니, 디즈니 하는지 알겠다고 너무 재밌다고 몇번씩 말씀 하실만큼 엄청나게 즐거워 하셨다.

 

그리고 또 엄청나게 기다려서 어트랙션을 몇개 더 타고 퍼레이드도 보고 파크를 구경하고 또 한참을 기다려서 마지막 일루미네이션까지 알차게 즐겼다. 정말 그야말로 새벽부터 새벽까지 디즈니의 향연이랄까. 어떻게 보면 이 날은 정말 오롯이 '나'를 위한 날이라 남편이나 엄마 아빠는 하루종일 사람에 치이고 시간에 묶여 힘들었을텐데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신나해주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로 나와 함께 즐겨줘서 정말 너무 고마웠다.

 

휴우, 철없이 행복했네 정말.

다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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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츠로이드] 예술과 사랑의 도시?!

인형 2021. 2. 22. 17:58

 

셋째 날은 정말 특별한 일 없이 하루종일 시내를 걸어다녔다. 명색이 파리 여행인데 중간에 하루 끼워 둔 벨기에부터 훑어버리는 바람에 부모님께 파리를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침 에펠탑을 시작으로 고흐_빛의아뜰리에 전시전을 다녀오고 샹젤리제 거리, 사랑의 벽, 몽마르뜨 언덕, 저녁에는 달팽이와 푸아그라를 포함한 코스요리까지. 파리, 프랑스라면 한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곳을 걷고 또 걸었다. 하루종일 걸어서 다리가 좀 아픈 건 나 뿐이었고 체력 짱짱맨들이신 엄마, 아빠, 남편은 모두 괜찮은 것 같았다.

 

몽마르뜨 언덕 정상에는 긴 장대와 실로 비누방울을 만들어주는 아저씨(?) 청년이 있었는데 한꺼번에 수백개씩 비누방울을 만들어내는데다 꺄르르 하고 뒤로 넘어가는 애들 소리가 너무 좋아서 한참을 보고있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 인파 속으로 '와아아아' 하고 나도 달려들었었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셋이서 '아이고 애다 애' 하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어서 너무 웃겼다. 정작 엄마 아빠 딸은 난데 어제부터 왜 자꾸 남편이 엄마 아빠랑 똑같은 표정을 짓는건지... (절레

 

셋째날 쯤 되니까 이제 사진찍을 때 어색함이 확 줄어든게 느껴졌다. 누가 카메라를 들면 모두 척척 자기 자리를 잡았고 나 없이 세 사람만 프레임에 나올때도 찰싹들 붙어서 잘 웃고 팔짱도 끼고 어깨도 두르고 해서

 

아, 우리가 정말 가족여행을 왔구나.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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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츠로이드] 2020년 할로윈

인형 2020. 10. 30. 13:33

 

하루 일찍 준비하는 할로윈

★ Get ready with us ★ Trick or Trea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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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

사진 2020. 8. 10. 17:15

 

! Best Restaurant Ever !

 

동유럽 전체에서 이 집보다 맛있는 집은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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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loss Belvedere

사진 2020. 8. 10. 17:09

그림 같은 풍경 속

우리는 신혼여행

 

파리를 가도

이만한 장소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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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_ Courage

결혼 2020. 8. 10. 16:46

  평생 아기가 갖고 싶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나는 내가 아픈 게 제일 중요했고 내 몸이 망가지지 않는 게 제일 중요했고 내 삶이 무너지지 않는 게 제일 중요했다. 그냥 나는 내가 제일 중요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필연적으로 나를 미워할 사람을 이 세상에 하나 더 만드는 일에 내 온 몸과 마음과 삶을 다하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산다고 해도 내겐 의미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조금 용기가 생긴 것 같다. 아니야 여전히 무서워. 얘기할 때마다 마음 속 어딘가 간질. 하면서 괜찮을꺼야. 하는 마음이 툭 튀어나온다. 죽을 것 처럼 아파도, 내 몸이 망가져도, 내 삶이 무너져도, 나와 당신을 꼭 닮은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게 된대도. 괜찮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 이런 마음이 용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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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_ Marry me

결혼 2020. 8. 10. 16:36

  언젠가부터 꿈 속의 나 자신도 남편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 꿈에서 대학생이 되거나, 남편을 만나기도 전 시간으로 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건데도 "내가 찾는 건 당신이 아니야" 라는 아주 확실한 마음으로 상대를 밀어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런 사람인데, 내가 결혼한 사람은 이 사람인데, 어떻게 된거지.' 하면서. 언젠가는 꿈속의 상대가 아니라고 그런 사람 없다고 너 꿈 꾼거 아니냐는 말을 하길래 아니라고 엉엉 울면서 깬 적도 있다.

 

  그냥 좋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당신을 사랑해.

  내 무의식도 그렇게 말해.

  그러니까 다음생에도 나랑 살아.

  나랑 또 결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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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_ Magic wand

결혼 2020. 8. 10. 16:25

  내 생에 첫 요술봉이, 결혼하고 생기다니.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요술봉 패키지에 동봉된 초대장 뒷면에 "프린세스 프링의 생일왕국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문을 열고 주문을 외쳐주세요! 프링프링 프리링♥" 이라고 써놓고 현관문 앞에 붙여놓은 뒤 남편 퇴근만 기다렸는데 진짜로 퇴근한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신발장으로 들어서자마자 "프링프링 프리링♥" 하면서 한바퀴 돌며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역시 내남편. 넘나 최고야. 짜릿해. 늘 새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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