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Gatsby, 2013

영화 2014. 6. 15. 16:43
 
  여섯번째 영화, <The Great Gatsby>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글쎄 어째서였을까. 아무튼간에 오래 기다린 영화였고, 드디어 나왔다는 말에 영화관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 작년, 여름이 채 다가오기 전. 지금은 누구였는지 기억도 나지않는 상대와 가슴시리게. 아프게. 다리에 힘이 풀리도록. 크레딧의 끝이 보이던 순간까지도 이 영화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 할 이야기는 영화를 봤던 그날 이후. 계속. 언젠가는. 꼭 한번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요컨데 아주 오랫동안 마음 속에 품어놓았던 이야기. 오래 묵혀둔 만큼 자연스럽게 나의 언어로 나오면 좋으련만... 작은 부담감과 떨림을 안고. 지금 그 첫 운을 뗀다.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되어 기뻐요
안녕, 나.. 나도 다시 만나게 되서 기뻐

  재회의 순간. 전에 없는 안절부절로 보는 사람까지 떨리게 만드는 개츠비. 자기딴에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데 따라와주지 않는 날씨가 아쉽고, 괜스레 기대했다 언제 다칠지 모르는 마음이 걱정된다. 데이지와 만나기 전 1분, 1초 전까지도 망설이던 그는 잔뜩 젖은 생쥐꼴이 되서야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다시 그녀 앞에 선 바로 이 순간. 준비한 멘트는 커녕 가벼운 미소조차 나오지 않는 그. 혼잣말처럼, 어쩌면 한숨처럼 인사를 내뱉는 그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어색한 공기 속에서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 같고. 괜히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 것 같고. 다시 만나는 게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 그런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비단 개츠비 뿐일까. 평균치 이상의 찌질함과 궁상맞음. 그게 사랑의 새로운 정의는 아닐까.


다시한번, 난 그들과 함께 있었고 밖에 있었다

  그토록 기다려온 데이지를 마주한 개츠비의 눈동자. 그 안에는 자신의 옷과 머리가 현재 흥건히 젖어있다든가, 이미 데이지는 결혼을 했다든가, 지금까지 5년 동안 얼굴 한 번 못 봤다던가, 여기가 데이지 사촌의 집 안이라든가, 그런 건 전혀 들어있지 않다. 그 사람을 보는 순간. 오롯히 그 사람 하나로 눈 안이 가득차버린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모든 것을 세상 밖으로 밀어내는 순간. 그 눈동자 속에 내가 있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그 순간을 느꼈던 건, 역시 학교 대운동장에서였다. 조금은 쌀쌀한 날이었고, 지금처럼 커피가 하루 1잔 필수 기호식품처럼 자리잡지 않은 시절.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그 사람이 캔 커피 두 개를 들고 나왔고, 우리는 조금 걷다가 운동장 트랙 가장자리에 앉게 됐다.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니, 수업이니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순간. 그 눈동자 안에 나만 있었다. 어디에 홀리기라도 한 것 처럼 나만 보던 그 사람. 그 때의 눈빛과 떨림을 잊을 수가 없다.


슬퍼
왜?
이렇게 이쁜 셔츠는 본적이 없어서  

  어렵게 다시 만나서일까. 개츠비는 그간 간직해 온 사랑을 마치 폭격기처럼 데이지에게 내리 꼽는다. 행복해야 하는데. 행복하고 싶은데. 다시 만나서 좋은데. 사랑하는데. 뭔가 행복하지 못하고 조금씩 위태로우며 어딘가 모르게 슬픈 기분. 결국 데이지는 울음을 터트린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이토록 무거울 수 있구나. 개츠비의 행동은 내가 알고있는 그 어떤 폭력과도 거리가 멀지만, 난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딘지 모르게 계속 맞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을 적극적으로 쟁취하고 표현하는 것이 상대방을 더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조금 더 뒤의 이야기.

  영화를 다시 보며 느낀 건데, 데이지와 개츠비가 함께하는 순간들은 어딘지 모르게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마치 동화처럼.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고, 행복하고, 행복해야하고, 시름이나 걱정같은 건 잠깐 옆에 치워두고, 지금은 그런 걸 고민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듯이. 하지만 데이지는 현실의 사람이고 둘은 미우나 고우나 현실을 살아야 한다. 둘이 갈라서게 된 것도, 끝끝내 함께할 수 없었던 것도 결국 그래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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