ただ、君を愛してる, 2006

영화 2011. 10. 31. 23:03

 

두번째 영화. <ただ、君を愛してる> 

  사실 난 일본 코메디나, 일본 신파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고 해야 더 정확하려나. 억지 웃음, 억지 울음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서 되도록이면 마주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다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느냐. 역시 지인의 추천 & 공유지 뭐. 학기 중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매 주말마다 심심하다고 주변 사람들을 찔러대니, 그 중 한 분께서 어지간히도 내가 귀찮았던걸까. 괜찮은 영화라며 보라고 던져줬었다. '앙앙, 고마워' 말은 시원시원하게 했지만 역시 신파는 싫었고- 영화를 준 그분은 모르시겠지만 이 영화는 다운로드가 완료된 시점에서 2주 동안이나 하드에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내가 얼마나 이 영화에 관심이 없었냐면, 늘 같이 다니는 동기에게 '야, 너 <지금 만나러갑니다> 봤냐? 나 지금 그거 받아놨는데 영 안땡긴다-' 라며 영화이름까지 바꿔 말할 정도였다. 하하. 그래서 <지금 만나러갑니다>가 얼마나 지루한(좋은 말로 잔잔한) 영화인지를 실컷 듣고 기숙사로 돌아와 받아놓은 영화 명을 확인하는데- 내가 받은 영화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였다. 하하. 그래서 봤다. '설마 <지금 만나러갑니다>정도는 아니겠지. 준 성의도 있고- 그냥 후딱후딱 보고 지우자' 라며 재생버튼을 눌렀다.


     저기, 조금 더 가면 버튼식 신호가 있는데 거기서 건너는게 나아.
     저기서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니까 운전하시는 분들도 여기서는 절대 멈춰주지 않거든.

     횡단보도인데?
     뭐...

    신경쓰지마. (미소)
    그냥 좀 시험해보고 싶어서 그래-
    그래도 세워주는 친절한 사람이 있나 없나 !

  사실 그에게는 이 일이 졸업 즈음에는 기억도 나지 않을 '사소한 일'이었을 것이다. 횡단보도에 오른손을 들고 서서 '그래도 멈춰주는 친절한 사람이 있나 없나 시험 해보고싶다'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괴짜 여자애 따위. 그 모습이 인상깊어 사진으로 남겼다 해도 '이 날' 자체에 의미를 두고 기억하려 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처음'은 항상 '처음'엔 의미가 없다. 시간이 조금 지나- 그것과 연관된 '소중한' 무언가가 생기고 나면- 그제서야 '처음'을 찾아 의미를 두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오늘 이렇게 사소하게 넘긴 많은 일들이 언제 또 '처음'으로 의미를 갖게 될까. 하하.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건 정말 '마법'같은 일이다. 오늘 이렇게 스친 사람이 언제 내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 아무것도 아닌 날에 '의미'를 줄지 모르니까. 

  어찌됐건 이 날 이후 두 사람은 친해졌다. 그녀는 첫 만남부터 그를 좋아해버린 것 같지만, 아쉽게도 그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무려 같은 과 동기. 얼굴도 별로 안 이쁘다. 단지 그녀에겐 없는 성숙미를 조금 가지고 있을 뿐. 정말 나은 구석이라곤 손톱만큼도 더 없다. 그래도 그가 좋다는데 어쩌랴. 에휴. 뭔가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짝사랑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뭐, 이야기가 자꾸 스토리 중심으로 가니 쭉 스킵하고. 어찌됐건 그녀는 그에게 카메라를 배우게 된다. 그녀와 그의 카메라는 캐논. 아직도 그녀의 캐논을 보면 갖고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이 영화를 봤을 즈음의 난 필름 카메라에 푹- 빠져있어서 매일같이 저거 갖고싶다 갖고싶다 노래를 불렀던 걸로 기억한다. 왜 하고많은 카메라 중에 하필이면 캐논이냐고? 그냥, 'Canon'이란 로고가 이쁘잖아! 후후. 지금 난 미놀타양을 쓰고 있는데- 내가 우리 미놀타양을 얼마나 이뻐하는지와는 관계없이 미놀타양의 로고는 정말 객관적으로 안 예쁘다. 흙..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그런 복잡한 관계가 대학 3년 가을까지 계속됐다.
             -  나는 단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싶었을 뿐이야.

  결국 세 사람은 친구가 된다.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싶다' 라.. 나도 그러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역시- 그런 건 잘 되지도 않을 뿐더러 많이 아프다. 덤으로 꽤 많은 노력도 필요로 하고. 3년이나 그래왔다니, 나라면 아무리 좋아해도 중간에 포기다 그런거. 나만 너무 아프잖아. 사실, 난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실패했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생긴 좋은 일을 웃으면서 축하'해본 적은 있다. 하하. 과장 하나도 안 보태고 꼬박 2년을 울면서 축하멘트를 준비했는데 말이지- 진짜 두번할 짓은 못 된다.  

   이래저래 사정이 생겨서 그녀는 그의 집에서 살게된다. 첫날 밤. 그녀는 몸으로 때울 생각을 하지만- 남자 쪽에서는 전혀 그런 건 생각도 안 해본 눈치. '오호라- 그거 잘됐구나♬' 싶었지만, 딱 하나 간과한게 있었다. 그녀가 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 글쎄,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내 스킨십을 거부한적이 한번도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건 내 쪽에서 스킨십을 먼저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도 있다.) 왠지.. 많이 아팠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성장하지 않았다는데 일종의 컴플렉스를 가진 그녀는 '내가 여자답지 못하기때문' 이란 생각을 하는 것 같았고. 뭔가 이해가 갈 듯, 안 갈 듯 모호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때 그녀의 표정은 정말로 우울했다.

  어느덧 그가 좋아하는 미유키의 생일이 다가왔다. 생일 선물로 '웨딩 콜렉션'에 함께 가달라는 미유키. 물론 그는 흔쾌히 승락한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어쨌건 별탈없이 다녀 온 그날 밤 그녀의 생일도 궁금해진 그. 조심스럽게 물어보지만 그녀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대신에 내일 생일 선물을 달라는데, 그 선물이란 바로 '키스'. 콩쿨에 내보낼 사진의 테마를 '키스하는 연인'으로 잡았다며 모델이 되어 달라고 얘기한다. 다음날, 둘이서 곧 잘 사진을 찍으러 갔던 금지된 숲으로 가 둘은 키스를 한다. 그 후 화기애애한 이야기가 오가고 이제 수업이 있다며 가보겠다는 그에게 그녀는 '방금의 키스에 조금은 사랑이 있었을까'를 묻는데- 물론,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키스, 뽀뽀. 구별하는 것도 웃기니 그냥 입맞춤이라고 하자. 내게 있어 그건 그 어떤 스킨십보다 상대방의 마음이 잘 전해져 왔다. (그렇게 많이 해봤냐고 물어온다면 풉.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 단 한번만으로도 왜 그걸 '영혼의 교류'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런 말도, 그 어떠한 설명도 없었는데 그렇게 마음이 전해진다는 게 놀랍고, 신기하고, 또 마음이 아파서 그 순간 난 아무것도 못했다. 입맞춤 때에 전해져 오는 마음이란건 단순히 '사랑한다'는 한 마디가 아니다. 그 마음은 언젠가처럼 '나 죽을것 같아' 일 수도, 아가들을 보듯 '이뻐 죽겠어' 일 수도, 차마 말로는 할 수 없었던 '미안해' 일 수도, 또는 아무런 이유없이 정말 '그냥'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건 '언어'보다 강하게 마음에 직접 닿는 행동이니, 다들 정말 소중한 사람과 하는게 아닐까.

      안녕, 지금까지 고마웠어. 

  이제야 그가 자신의 사랑을 깨달았는데, 그녀는 냉장고에 쪽지 하나 딸랑 남겨놓고 떠난다. 몇날며칠을 그녀를 찾아 헤매는 그. 그냥 무사하다는 것만 확인하고 싶은데 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그녀. 그는 반 폐인이 된다. (사실, 감기몸살에 걸렸을 뿐이다.) 친구들이 그를 병원에 실어 나르고- 사실은 둘이 동거를 했다는 것과, 그가 그녀를 많이 좋아한다는 것도 다들 알게 된다. 이 시점에서 미유키는 어떻게 되느냐. 뜨뜨미지근하게 고백한번 못 받아보고 연애인 듯 연애가 아닌 듯 애매하게 살다가 이제와서 차인다. 하하 이런 난감한. 어쨌건 그는 건강을 회복하고, 친구들은 졸업 후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물론 그도 나름대로 자기 삶을 산다. 단지, 그녀가 돌아올 것을 믿으며 이사를 하지 않을 뿐. 

  2년만에 그녀에게서 편지가 왔다. 뉴욕에서 개인전을 하나 여는데 와서 봐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티켓을 끊어 뉴욕으로 간 그. 기껏 뉴욕까지 갔는데 그는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약속 장소에 나온 사람은 미유키. 미유키는 그녀에게 사정이 생겨서 지금은 만날 수 없으니 개인전이나 보고 가라는 말을 전해준다. 그녀의 개인전은 모레부터. 다음날 그는 하루종일 뉴욕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하루종일 즐겁게 돌아다닌 그는 미유키가 집에 돌아올 즈음엔 어째선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있다. 집에 미유키가 없는 동안 시즈루의 아버지가 미유키에게 남긴 '49제 도와줘서 고맙다는' 메세지를 들은 것.  


     생에 단 한번의 키스, 단 한번의 사랑. 
             - 있잖아 마코토. 그 키스했을 때, 조금은 사랑이 있었을까?

  조금 뻔하려나. 그녀는 죽었다.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의 몸에는 병이 있었고, 그녀의 몸이 자라면 병도 함께 크기때문에 그녀는 늘 '성장을 억제하는 약'을 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를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도 사랑받고 싶었기 때문에. 설령 병이 진행된다고 해도.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생애 단 한번의 키스, 단 한번의 사랑' 모두가 예상하는대로 그는 전시장에서 이 글과, 그때 둘이 키스한 사진을 보며 눈물을 쏟아낸다. 나도 울었는지가 궁금하겠지? 아쉽겠지만 난 이 부분에서 코끝이 찡한 정도의 슬픔도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이야 왜 없었겠냐만은, 그 이상으로 그 둘이 부럽다는 생각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 쯤 웹툰을 한 편 소개받았다. <속 깊은 내 여자친구 이야기> 라는 꽤 긴. 한밤중에 소개받아 새벽까지 보고, 새벽동안 그 만화와 거기 나온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했던 걸로 기억하고있다. 그때 그 만화를 소개시켜준 사람으로부터 '이런 말 하는 것 자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은 이 만화를 그린 사람에게 예의가 아니지만 눈 감는 그 순간까지 사랑하고, 사랑 받았다는게 부럽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은 처음 들었던 그 때도, 또 지금도 절절히 공감한다.


  난 어렸을 때부터 환상같은 걸 갖고 있었다. '이웃집 오빠랑 나중에 이렇고 저렇게 되서- 첫사랑이랑 첫키스를 하고 결혼을 해서 살면 정말 좋겠다'라는. 하하하. 하지만 이건 처음부터 틀어 졌던게- 내 이웃들 중 어느 한 집에도 오빠가 없었다. 그래서 첫번째 조건은 치우고- '첫사랑이랑 첫키스를 하고 결혼을 하면' 만 좀 어떻게 안될까? 했지만. 그도 만만치않음을 어느 순간부터 느끼게 되었고, 실제로 '첫사랑'이랑은 '첫키스'근처까지도 못 가봤다. 풉. 그래서 이 영화가 더 맘속에 울리는 걸지도. 내가 살지 못한 삶에 대한 동경. 뭐, 그 비슷한게 아닐까.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속 그녀는 슬퍼하면서 눈물을 흘리기엔 충분히 아름다운 사랑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도 하고싶냐고?
풉. 대답은 비밀♬



ps. 
  그녀가 택한 소통의 방식은 '편지'. 요즘에서야 느끼는 거지만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편지는 쓰는 사람의 필체가 담겨있기 때문에 진정이라는 게 느껴지는데다, 전화나 채팅, 이메일 등등 보다 호흡이 느려서 더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조금 답답하고 또 불편하긴 해도 말이다. 그녀가 만약, 편지가 아닌 다른 소통 수단을 이용했다면? 하하.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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