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파노라마 무한하게

취향 2018. 1. 2. 18:17

 파노라마 무한하게

  

                                    이제니


그날은 몹시도 눈이 내렸는데

내려앉는 눈송이를 볼 수 없는 높은 침상이었는데

침상 저 너머에서 알 수 없는 아리아가 울려 퍼지는 밤이었는데


죽기 직전 사람은 자신의 전 생이를 한눈에 다 본다고 하는데

그것은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속도로

무한에서 무한으로 가는 움직임이라고 하는데


그때 보이지 않는 창 너머로 보았던 것은

언젠가 나를 위해 울어주었던 얼굴이었는데


걷고 묻고 달리고 울고 웃던

검은 옷 입은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있지도 않는 없는 사람을 떠올리며

없지도 않은 있는 사람을 지울 때


한 치의 여백도 없이 채우고 싶다고

더 없이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고


위에서 아래로 과거에서 미래로

아득히 흘러가던 그 풍경은 다 무엇이었을까


흙은 또 이토록 낮은 곳에 있어

무언가 돌아가기에 참으로 좋은 것인데



'취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0) 2018.05.28
[詩] 저녁의 소묘 4  (0) 2018.01.02
[詩] 오늘의 철학  (0) 2018.01.02
[詩] 연하장  (0) 2018.01.02
[詩] 새벽에 들은 노래  (0) 2018.01.02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