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_ Cat

결혼 2021. 7. 8. 19:28

  남편의 뽀뽀를 열에 아홉번은 피하고, 퇴근하면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남편에게 매번 면박을 주면서도 남편이 주식공부에 열중하고 있거나 게임에 집중하고 있을때면 괜히 뽀뽀해달라 안아달라 쓰담해달라 칭얼거린다. 아무튼 간에 나 말고 다른거에 집중하는 꼴을 못봐.

'결혼' 카테고리의 다른 글

Life _ Heart  (0) 2021.07.08
Life _ Jealousy  (0) 2021.07.08
Life _ Adventure  (0) 2021.07.08
Life _ Title  (0) 2021.07.08
Life _ Voice  (0) 2021.07.08

설정

트랙백

댓글

Life _ Adventure

결혼 2021. 7. 8. 19:25

 

  어제 저녁부터 우울하던 기분이 오늘은 하루종일 갔다. 날씨탓도 어느정도 있겠지. 몸을 좀 움직이면 낫겠지. 근데 움직이기가 싫으네. 우울해 .우울해. 그렇게 하루를 보내던 차에 남편이 약을 안 들고 회사에 갔단 걸 알게되었고 가볍게 던진 "가져다 줄까" 얘기에 얼씨구나 하고 어서오라는 남편.

 

  덕분에 결혼하고 처음으로 집에서 차로 한시간 거리의 남편 회사로 모험을 떠났다. 날씨 때문에 우산 챙기랴 겉옷 챙기랴 하면서 막상 갖다주기로 한 약을 안 챙기질 않나. 약 챙기러 돌아간 사이 간발의 차로 남편 회사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를 놓쳐 45분을 기다려야되질 않나. 그거 기다리기 싫어서 환승으로 쪼개 가려다가 애먼 버스를 타 전혀 다른 동네로 가게 되어 부랴부랴 내리질 않나. 그야말로 진짜 대환장의 모험이었다. 그 난리부르스를 다 피우고 제일 마지막에 탄 버스가 결국 아까 45분 기다려서 탔으면 됐을 그 직행버스였다는게 제일 환장 포인트. 아무튼 그래서 대략 2시간 가까이 걸려 남편 회사에 도착했다.

 

  원래는 진짜 쿨한 도시의 와이프가 되어 "자, 여기 약. 나는 간다." 하고 약만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계획이었는데 대환장의 모험쇼를 찍느라 너무 지쳐버렸고. 남편은 그냥 드립으로 "어서와~"했던 걸 내가 진짜 회사까지 와버리니 얼떨떨+반갑+안쓰럽의 콜라보로 어쩔줄 몰라했다. 그래서 원래 11시 퇴근 예정인 걸 땡겨 나와 함께 6시에 퇴근하여 내가 좋아하는 닭갈비를 함께 먹으러 갔다는 엔딩.

 

  하루종일 우울했던 기분도, 연이은 삽질로 바닥을 친 컨디션도 날보며 얼떨떨해하는 남편 표정 하나에 거짓말처럼 나아지던 게 나 정말 이사람 좋아하는구나 싶더라. 결국 답은 사랑이구나. 사랑 받고 사랑 주고 바보같이 웃어버리는 그거 하나면 웬만한 건 다 어떻게든 되는구나 싶었던 하루.

 

 

'결혼' 카테고리의 다른 글

Life _ Jealousy  (0) 2021.07.08
Life _ Cat  (0) 2021.07.08
Life _ Title  (0) 2021.07.08
Life _ Voice  (0) 2021.07.08
Life _ Strength  (0) 2021.07.08

설정

트랙백

댓글

2021.06.21

일기 2021. 7. 8. 19:03

  오늘은 장보러 마트엘 갔다가 산리오 아미보 카드를 파는 걸 발견했다. 전엔 새벽에 줄을 서도 안되더니 몇달 새 재고가 그만큼이나 풀렸나보다. 3팩을 샀는데 총 6장 중에 5장이 중복없이 나왔다. 이와중에 최애였던 마티는 없던 게 함정. 역시 물욕센서는 사이언스인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이랑 둘이 차안에서 3팩을 사 6개를 올클할 확률이 문득 궁금해졌다. 각자 자기 방식대로 확률을 암산하는데 둘다 학교 졸업한지가 오만년이라 자기 답들에 확신이 없었다. 이때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단 한사람. 내 은사님. 우리 수학선생님. 결혼한다고 3년 전에 찾아뵙고 그 후로 연락을 단 한번도 안드렸는데! 전화해서 물어보면 안될까! 하고.

 

  사실 저렇게까지 해맑은 게 내 장점이자 단점이다. 일단 바운더리 안에 들어온 사람이면 그게 얼마나 오랜만이든 생각났을 때 바로 연락하고 연락해서도 이런저런 안부 없이 바로 용건으로 직행한다. 아주 오랫동안 이게 이상한 일이라는 자각조차 없이 살다가 언젠가 한번 친구에게 "내가 이렇게 갑자기 연락해서 시답잖은 거 물어보면 불편하냐"고 물어봤었다. 마침 그 친구는 "다른 사람이 그러면 이상할 것 같은데... 넌... 너니까 이해가 돼. 신기하게도. 네 친구들은 다 내맘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 더이상의 의문을 품는 일 없이 느닷없이 연락해서 황당한 질문을 쏟아내는 스탠스를 유지하게 되었다.

 

  요컨데 그래서 3년만에 수학 선생님께 연락해서 한다는 말이 "나 확률 문제 하나만 풀어줘요" 였다는 얘기. 선생님께서도 "아니 이녀석이 갑자기 확률은 무슨 확률이야" 하셨지만 남편과 내가 막혔던 부분을 뚫어주셨다. 물론 다 풀어주시고는 "너희 둘, 인생이 심심하구나" 하시긴 했지만. 더불어 "시집을 갔으면 선생님한테 연락했을 때는 돈은 어떻게 모을까요, 지금 집을 살까요 이런걸 물어야지!!" 라는 야단도 들었지만. 하하. 밤 10시 반에 확률 문제풀이로 시작해서 집얘기 사는얘기 하며 두시간을 찡찡했는데 뭐랄까. 마음이 엄청 후련해졌다.

 

  근 2년간 내가 집얘길 하면서(혹은 하고 나서) 걱정이나 한숨을 쉬지 않은 적이 한번이라도 있던가. 친구랑 얘기하든 부모님이랑 얘기하든 항상 집만 생각하면 얹힌 것처럼 속이 답답했는데 오늘은 뭔가 하하호호깔깔잉잉대면서 엄청 후련했다.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내게 수학선생님이라 선생님인게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선생님이라 선생님인건데. 언젠가부터 까먹고 있었나보다. 아무튼 7월에는 꼭 만나자 약속도 잡고 용기도 희망도 에너지도 얻었다. 아 물론 확률 문제의 답도. 

 

햅삐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05.22  (0) 2020.05.22
2017.12.13  (0) 2017.12.13
2017.07.29  (0) 2017.07.29
2017.05.02  (0) 2017.05.02
2017.03.22  (0) 2017.03.22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