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of Conquest

생각 2018. 10. 23. 15:16

  나는 전략게임에 흥미가 없다. 전쟁게임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내가 남편이 생겼다. 남편은 삼국지와 전쟁, 전략게임을 좋아한다. 각자가 좋은 게임을 하다가, 각자의 게임을 하다가, 각자가 좋아할 것 같은 게임을 해보는 요즘 Art of Conquest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리 둘 만으로도 재밌었다. 퀘스트는 끊임없었으며 특별히 과금을 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을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게임이었다. 창, 기, 병을 고려한 배치에 드래곤은 물론이거니와 종족변경과 공성전까지. 요 근래 해본 게임 중 가장 흥미로웠다. 게임을 조금 더 재밌게 해볼 요량으로 새 서버에 들어갔다. 길드를 만들었다. 남편은 원래가 킹메이커-책사 타입인데다 본업이 바쁜지라 내가 길마가 되었다. 처음해보는 길마 자리는 어색했다. 하지만 금새 익숙해져 왜 길마들이 하루종일 접속해 있는지. 길원들의 관심에 목말라 하는지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우리 길원들은 말 그대로 꿩강했으며 다정했고 단합도 잘 되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는 다 이룰 수 있었다. 저 성 먹자고 하면 먹을 수 있었고, 이걸 지키자고 하면 냉큼 달려와 함께 지켰다. 하지만 게임이 반복될 수록 나는 힘들어졌다. 길마는 길드원들이랑만 게임을 하는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왕을 추대해야하고 관직을 받아야하고, 타국 길드와도 비 공식적 동맹을 끊임없이 맺어야했다. 심지어 우리 길드는 우리 국가 1등이었으므로 나는 그런 정치적인 관계에 더 밝아야했다. 그래도 정치적인 건 차라리 나았다. 가끔 트롤링하는 인간들을 참을 수 없었다. 길드장인 내가 멀쩡히 성문 앞을 지키고 서있는데도 제일 약한 길드원 성부터 불을 지르는 노랑 녀석들. 후우. 어느날엔가는 너무 속상해 남편을 붙잡고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냥 다들 몬스터나 잡고 사이좋게 지내면 안되냐며, 왜 이렇게 싸워야 하는 거냐며 그런 저 어디 왕국의 프린세스 같은 대사를 내뱉으며 광광 우는 나를 보고 남편은 오늘부터 게임을 그만두는게 좋겠다고 말을 했다. 재밌으려고 하는 게임인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지만 그만 두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우리 길드원들 다 열심히하는데 길드를 버리고 계정 삭제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새 길마를 추대했다. 길드 초기부터 열심히, 잘 해온 사람인데다 정치에도 밝아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길마를 넘기고 나는 소시민이 되었다. 오히려 소시민이 되고 나니 게임을 그만 두기가 무색할 정도로 즐거워졌다. 적당히 길마를 보좌하며 내가 하고싶은 정도만 집중하면 되니까. 지금 우리 길드는 두번쨰 왕을 추대하며 왕 후보자와 보직을 딜하고 있다. 우리 길드가 기사단장을 맡으면 좋겠는데. 흠. 일단 게임을 관두는 건 보류다. 후후. 즐거운 한도 내에서 우리 서버의 천하통일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찬찬히 구경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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