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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2.24 [詩] 하관(下館)
- 2014.12.24 [詩]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가다
- 2014.12.24 [詩] 푸른 밤
글
[詩] 하관(下館)
하관(下館)
박목월
관(館)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下直)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따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으로 대답했따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스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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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詩]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가다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가다
나희덕
우리 집에 놀러 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조등(弔燈)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거리고, 그 그늘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 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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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詩] 푸른 밤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애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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